그 지역 토박이들이 아니면 아는 이조차 별로 없었던 골목길이 독특한 개성을 지닌 트렌드의 발상지로 거듭나고 있다.
골목길 변신의 동력은 청년 창업가들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기호에 부응하는 2030 소자본 창업가들의 개성 강한 외식업소들이 골목길의 변화를 이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골목길’을 ‘미니 자본과 다양한 문화의 자생지’이자 ‘골목길 순례자들을 끌어 모으는 새로운 문화생태계’로 표현하며 내년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소비트렌드의 중심에 선 젊은 골목길 창업가들을 만났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 90%는 논다), ‘돌취생’(입사 후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온 사람) 등 암울한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열악한 취업환경을 이겨낸 이들은 점포 운영은 물론 만만치 않은 창업 스트레스마저 즐길 줄 아는 공통점이 있었다. 명예퇴직 등에 따른 비자발적 창업이 대부분이던 과거 경향에서 벗어나 창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이 시대 젊은 CEO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서울 관악구 청룡1길 25. 김치찌개 전문점 ‘백채’는 인근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빈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며 가게 밖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관 밑 허름한 술집이 깔끔한 김치찌개집으로 변모한 건 불과 1년여 전. 어느새 26.44㎡(8평) 남짓한 작은 공간은 이 골목에서는 드물게 블로거까지 즐겨 찾는 맛집으로 떠올랐다.
변화를 이끈 것은 대학 동기생 박병진(28), 양형석(27)씨. 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 초년생이었던 박씨와 학사장교로 제대한 양씨는 지난해 “재미있고 행복한 일을 찾아” 의기투합했다. “가게는 살아있는 생물체니까 작은 변화만 줘도 긍정적인 고객 반응으로 돌아와서 일상이 재미있고 행복해요.”(양형석) “2년 전의 저는 이런 길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저를 포함한 요즘 젊은이들은 직접 몸으로 부딪치기 전에 막연한 두려움부터 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통장잔고가 0원이 되어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이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해 보자고 마음 먹었죠.”(박병진)
재미를 좇았더니 돈은 저절로 따라왔다. 당연히 손님이 없어 초조해하던 때도 있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양씨는 “손님이 없어 받는 스트레스는 결국 다른 손님에게 전달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메뉴에 적는 문구 하나, 음식을 담는 그릇이라도 바꾸는 데 시간을 쏟자면 걱정하고 있을 틈이 없을 만큼 바쁘다”는 것이다. 물론 ‘당일 재료로 김치찌개 하나만 정성으로 만든다’는 음식에 대한 철학은 언젠가 고객에게 전해질 것으로 믿었다.
6개월 전에는 김치찌개집과 대각선으로 마주한 자리에 ‘이태리 상회’라는 작은 피자집도 추가로 열었다. 이들은 약 4,500만원을 투자해 작은 김치찌개집을 연 것을 시작으로 1년여 만에 2개의 가게에서 연 매출 5억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업을 키웠다.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해 조만간 ‘백채’라는 이름의 김치찌개 전문점이 서울 사당역 인근과 인천 논현동에 새로 문을 연다.
이들은 “돈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수익부터 챙기려 했다면 번화한 강남역이나 종로부터 떠올렸겠죠. 하지만 겉모습이 화려한 가게일수록 초기 투자비만 많이 들고 본인이 주도적으로 운영하기 힘들어요.”(양형석) “내가 있는 이곳이 언젠가 ‘봉리단길’(봉천동+경리단길)이 될 수도 있잖아요, 하하”(박병진)
[까톡2030] 골목 상권 젊은 사장님들
차갑고 번잡한 도심과 대조를 이루는 오래된 동네.
그 지역 토박이들이 아니면 아는 이조차 별로 없었던 골목길이 독특한 개성을 지닌 트렌드의 발상지로 거듭나고 있다.
골목길 변신의 동력은 청년 창업가들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기호에 부응하는 2030 소자본 창업가들의 개성 강한 외식업소들이 골목길의 변화를 이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골목길’을 ‘미니 자본과 다양한 문화의 자생지’이자 ‘골목길 순례자들을 끌어 모으는 새로운 문화생태계’로 표현하며 내년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소비트렌드의 중심에 선 젊은 골목길 창업가들을 만났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 90%는 논다), ‘돌취생’(입사 후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온 사람) 등 암울한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열악한 취업환경을 이겨낸 이들은 점포 운영은 물론 만만치 않은 창업 스트레스마저 즐길 줄 아는 공통점이 있었다. 명예퇴직 등에 따른 비자발적 창업이 대부분이던 과거 경향에서 벗어나 창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이 시대 젊은 CEO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서울 관악구 청룡1길 25. 김치찌개 전문점 ‘백채’는 인근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빈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며 가게 밖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관 밑 허름한 술집이 깔끔한 김치찌개집으로 변모한 건 불과 1년여 전. 어느새 26.44㎡(8평) 남짓한 작은 공간은 이 골목에서는 드물게 블로거까지 즐겨 찾는 맛집으로 떠올랐다.
변화를 이끈 것은 대학 동기생 박병진(28), 양형석(27)씨. 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 초년생이었던 박씨와 학사장교로 제대한 양씨는 지난해 “재미있고 행복한 일을 찾아” 의기투합했다. “가게는 살아있는 생물체니까 작은 변화만 줘도 긍정적인 고객 반응으로 돌아와서 일상이 재미있고 행복해요.”(양형석) “2년 전의 저는 이런 길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저를 포함한 요즘 젊은이들은 직접 몸으로 부딪치기 전에 막연한 두려움부터 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통장잔고가 0원이 되어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이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해 보자고 마음 먹었죠.”(박병진)
재미를 좇았더니 돈은 저절로 따라왔다. 당연히 손님이 없어 초조해하던 때도 있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양씨는 “손님이 없어 받는 스트레스는 결국 다른 손님에게 전달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메뉴에 적는 문구 하나, 음식을 담는 그릇이라도 바꾸는 데 시간을 쏟자면 걱정하고 있을 틈이 없을 만큼 바쁘다”는 것이다. 물론 ‘당일 재료로 김치찌개 하나만 정성으로 만든다’는 음식에 대한 철학은 언젠가 고객에게 전해질 것으로 믿었다.
6개월 전에는 김치찌개집과 대각선으로 마주한 자리에 ‘이태리 상회’라는 작은 피자집도 추가로 열었다. 이들은 약 4,500만원을 투자해 작은 김치찌개집을 연 것을 시작으로 1년여 만에 2개의 가게에서 연 매출 5억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사업을 키웠다.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해 조만간 ‘백채’라는 이름의 김치찌개 전문점이 서울 사당역 인근과 인천 논현동에 새로 문을 연다.
이들은 “돈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수익부터 챙기려 했다면 번화한 강남역이나 종로부터 떠올렸겠죠. 하지만 겉모습이 화려한 가게일수록 초기 투자비만 많이 들고 본인이 주도적으로 운영하기 힘들어요.”(양형석) “내가 있는 이곳이 언젠가 ‘봉리단길’(봉천동+경리단길)이 될 수도 있잖아요, 하하”(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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